마중글, My First Blog Post:: 버지니아 울프 이후 100년 21세기인 지금도 한국의 여성들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I like to have space to spread my mind out in

내 생각이 퍼져나갈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Virginia Woolf 버지니아 울프
https://filippoventuri.net/2010/12/24/virginia-woolf/

블로그를 오픈하고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저는 2015년 이후 짧다면 짧은 게 길다면 긴 시간 동안, Feminism 운동 즉 여성해방 운동을 해왔습니다.

저를 마주하는 제 주변의 많은 사람이 제가 왜 여성해방을 외치게 되었는지, 여성이 무슨 차별을 겪는지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등등 많은 것을 묻곤 합니다.

저는 그런 질문에 항상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말을 잃습니다. 2015년 페미니즘 붐이 일어난 이래 운동에 전념했던 4년에 기간 동안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많은 것이 달라지고 바뀌었습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죠.

저는 제가 보고 읽었던 자료를 혼자 한글 파일이나 메모장에 적어두기도 했지만. 인터넷에 자주 올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과거의 기록들을 그들에게 보여주거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성해방에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정제되어 있지 않고, 대개 SNS나 카페에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요즘은 모두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하곤 합니다. 그곳은 간편하게 단편적인 공유하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소셜 네트워크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정보 글을 찾아보기에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크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보의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가볍게 쓰인 글이니만큼 가볍게 지워버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정보보다는 ‘소셜네트워크’ 즉 일상적인 소통에 앞서 데이터화되지 않은 글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정리되지 않고 쌓여나가는 특성상 시간이 흐르고 나면 본인이 어떤 정보를 올리고 주장을 했었는지 쉽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색기능도 잘 제공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 글만을 골라내 보여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중요한 정보가 밀집되어 올라오는 카페나 커뮤니티는 폐쇄적이거나, 금방 폐쇄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글을 삭제하고 떠나는 사람도 많았고요. 오픈된 커뮤니티는 오픈되어 있지만 오픈된 만큼 많은 공격을 받았고, 그만큼 폐쇄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분란과 싸움이 많은 만큼 그들이 올린 글 또한 삭제되고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합니다.

그 속에 휘말려 제가 보고 영감을 받았던 자료들도, 힘을 들여 정리해 올린 정보들도 그렇게 인터넷 속에서 사라지거나 보이지 않는 자료가 되곤 합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다들 영원하다고 생각 하지만 사실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블로그나 카페를 만들 수 있지만- 블로그 카페 운영을 하게 된다면 관리자의 검열에서 자유롭기 힘듭니다. 2015 성폭력에 대한 실태를 고발하는 글이 네이버 블로그 다음 카페 등에 올라오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 글들이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네이버, 다음 등의 관리자에 의해 삭제당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음란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삭제된 글을 직접 확인해 보았을 때 그 글들은 전혀 음란한 글이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저에게는요. 2016년 비슷한 이유로 생리컵의 대한 정보글들이 사라지고 여성들은 분노했죠. 분노한 여성들은 그렇게 삭제된 글들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의 말을 보내기도 하였지만. 그들이 올렸던 글 또한 또한 비슷하게 사라지곤 합니다. 마치 아무도 분노하지 않았던 것 처럼 말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소통을 원하고 인정,존중을 원합니다. 하지만 불편함에대한 침묵이 강요되고 열심히 싸워왔던 기록이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자 당연스럽게 무기력함을 느끼고 맙니다. 인정받지도 존중받지도 못한것이니까요.

그렇게 말할 창구를,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를 잃고 우리는 또다시 입맛에 맞는 커뮤니티를 찾기 위해 떠돕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방랑자처럼 살아가는 것에 지쳐 커뮤니티를 운영하자니 원하는 만큼 홈페이지를 키우고 운영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영원할 수 있는 정보는 누군가의 흥밋거리가 되어 무분별하게 퍼 날라지는 정보이거나, 계속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그 가치가 인정받으며 정당한 대가를 받는 정보들일지도 모릅니다.

21세기 디지털 문명이 ‘정보생산자’가 될 기회의 장을 넓힌 것은 사실이나 사실 정보가 유통되는 메커니즘은 과거와 비슷해 보입니다. 아주 오래전 그리스 시대의 이야기, 즉 ‘정보’가 지금까지 전승된 것은 그때의 정보 생산과 저장 방식이 완벽했기 때문이 아닌, 누군가의 말이 ‘정보’로서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에게 화자되며 소중히 여겨지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어디에 제 글을 올려야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경험 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방법은 사실 출판이었습니다. 출판을 한다면 도서관 어딘가에서는 제 자료가 계속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막상 방 안에 앉아 출판을 위한 글을 쌓아나가고 있으니, 21세기 소통에 익숙한 플랫폼을 써오던 저에게는 너무 답답한 일이었습니다.

출판사에 글을 넣어보려면 글이 어느 정도 쌓여야 할 텐데 말입니다.

결국 제가 경험해왔던 기록을 외부에 연재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정리되지 않은 글을 쌓아두고 브런치, 네이버 포스터, 딜리헙, 포스타입등 여러 가지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플랫폼을 써야 할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혹시 연재 중,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 차단되지 않을지. 다시 커뮤니티를 떠돌던 그때처럼 긴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똑같더군요. 문득 20세기 시대를 앞서나간 위대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을 떠올랐습니다.

지금 제가 걱정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말입니다.

여성은 자기만의 재산과, 방해받지 않고 창작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고 있던 인터넷 공간이 모두에게 평등하고 자유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어버렸습니다.

지금도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에게는 ‘정보생산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공간, 오로지 자신에 대하여 생각하고 그 생각을 퍼뜨릴 공간, 즉 자신만의 방이, 그 방을 다루고 만드는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이런저런 도전과 고민을 반복하다가 결국 제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개방적이며 자유로운 플랫폼인 워드프레스로 블로그 형식의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 홈페이지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곳에 컴퓨터의 대한 정보와 반성폭력 운동에 관련된 경험과 일상을 이곳에 차곡차곡 정리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보글을 보고 도움이 되었다면 다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게 스크립을 해주세요! 홍보를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합니다.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후원해주셔도 좋습니다. (나중에 구글 에드센스를 달 생각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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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말하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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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울프 #자기만의방